
1946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로, 유럽 전역이 정치적·사회적 재편성에 돌입하던 시기입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스웨덴,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전후 혼란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문화적 르네상스를 맞이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1946년을 중심으로 이들 지역에서 유행했던 그림, 음악, 예술가에 대해 살펴보며 각국의 문화가 어떻게 시대와 맞물려 발전했는지를 조명합니다.
오스트리아 전후 예술의 회복과 명화들
오스트리아는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후, 문화적 자립을 위해 빠르게 예술계 재건에 나섰습니다. 전통적으로 음악과 미술에서 강세를 보였던 오스트리아는 1946년 당시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유산을 되짚으며 새로운 예술적 방향성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현대미술관(MUMOK)과 벨베데레 미술관에서는 1946년부터 잊혔던 상징주의, 표현주의 작가들의 회고전이 활발히 열렸습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시각예술 트렌드는 '신표현주의'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오스트리아 고전 회화의 깊이를 잇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젊은 화가 프리츠 마카르트(Fritz Macart)나 루돌프 하우슬러(Rudolf Hausler) 같은 작가들이 비극적인 인물화와 상징적 풍경화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모차르트와 말러의 유산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전쟁 이후 최초의 국제 공연을 준비하며 예전의 클래식 정통성을 복원하려 했습니다. 한편 현대 작곡가 카를 오르프(Karl Orff)의 영향 아래 민속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실험작도 시도되었습니다. 특히 작곡가 프리츠 로트(Fritz Roth)는 전통 왈츠에 현대음악 기법을 결합한 교향시로 주목받았습니다.
스웨덴의 문화 자립과 음악 르네상스
중립국이었던 스웨덴은 전후 경제적 피해가 적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1946년은 스웨덴 음악사에서 '현대 민족주의 음악'이 본격화된 해로, 고전 음악에 스웨덴 전통 선율을 녹여낸 곡들이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작곡가 휴고 알벤(Hugo Alfvén)은 1946년에 대표작인 '스웨덴 교향 모음곡'을 완성하며 민족 정체성과 낭만주의를 결합한 음악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동시에 라르스-에릭 라르손(Lars-Erik Larsson)은 실내악과 합창곡 중심의 음악활동을 전개하며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녹여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모더니즘'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스웨덴 화가 아이반 아그리(Ivan Aguéli)와 구니에르 브리스트룀(Gunilla Bristrom)의 작품은 자연을 단순화하고 색감 중심의 추상 표현을 시도하면서 전후 복잡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했습니다. 1946년에는 스톡홀름 국립미술관을 중심으로 ‘현대스웨덴회화 전’이 열리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스웨덴 국립극장(드라마텐)은 당시 유럽문학의 명작을 바탕으로 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과 무용 등 공연예술의 부흥도 이끌었습니다. 예술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국민의 정체성과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발트 3국의 예술 저항과 문화 생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구성된 발트 3국은 1940년대 후반부터 소련의 영향 아래 있었지만, 1946년은 상대적으로 창작의 자유가 존재하던 마지막 시기로 평가됩니다. 이 시기 예술은 민족정체성과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리투아니아에서는 미술가 페트로스 칼파우스카스(Petras Kalpaukskas)가 전통 종교화와 현대주의 양식을 결합한 유화 시리즈로 주목받았습니다. 라트비아에서는 작가 아르투르스 반가(Artūrs Vanga)가 민속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일러스트 회화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음악에서는 합창음악과 기악 중심의 민속 선율 복원이 활발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작곡가 구스타프 에를리히(Gustav Ehrlich)는 ‘에스토니아의 봄’이라는 피아노 연작곡을 통해 자연과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1946년 리가 필하모닉은 발트 음악가 중심의 신작 발표회를 개최하며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발트 3국에서는 문학과 회화, 음악이 결합된 복합예술도 등장했습니다. 시와 그림, 전통 노래를 융합한 민속극 형태의 공연이 각국에서 개최되며, 예술은 단순 표현이 아닌 정치적·역사적 저항의 도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1946년 오스트리아, 스웨덴, 발트 3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례 없는 혼란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생존과 정체성을 지켜냈습니다. 각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 음악, 공연예술을 발전시켰고,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유럽 예술의 근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과 희망이 공존했던 1946년은, 분명 유럽 문화 르네상스의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였습니다.